Dr. Copper, 경제지표로 활용되는 구리의 세계
‘닥터코퍼(Dr. Copper)’라는 말이 있다. 경기판단 지표로 사용되는 구리를 박사님으로 의인화하여 부르는 것이다. 구리는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된다. 구리 수요의 증감이 실물경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이유다. 신비한 구리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자.
구리는 은(銀) 다음으로 전기와 열 전도율이 높은 유용한 금속이다. 지구상에 널리 매장돼 있고 은과 달리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케이블의 도체로 사용된다. 만약 구리가 아닌 은으로 케이블을 생산해야 했다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전 세계의 전기 보급률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반면 우리회사 매출은 100배 증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구리는 우리 실생활에도 가까워진 듯하다. 구리의 또 하나의 특징인 살충•살균•항균 효과 때문인데,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있는 항균 필름의 소재가 바로 구리다. 구리 표면에는 생물이나 세균이 서식할 수 없는 반면, 인체에는 거의 무해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동전, 문 손잡이, 계단 난간 등에 구리가 사용된다.
친환경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에 맞게 구리의 수요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에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언급한다. 구리는 세계의 성장 모멘텀과 함께하는, 우리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다.
신도 모르는 구리가격
구리 가격은 LME(London Metal Exchange, 런던금속거래소)시장에서 결정된다. LME는 1877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금속선물거래소로, 영국 런던에서 시작하였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에 따른 급속한 공업화로 많은 양의 비철금속을 칠레 등지로부터 수입해야 했다. 상인들은 한 장소에 모여 항해 중인 수입 금속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진행했다. 점차 거래량이 많아지고 거래 방법도 복잡해짐에 따라, 1877년 1월 ‘런던금속거래소’를 설립하고 최초의 공식적인 거래를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결정하는 가격을 LME 가격이라고 하며, 세계에서 거래하는 가격의 기준이 된다.
LME 구리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2010년 이후 가격이력에 근거하여 하루 평균 2%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구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매크로적인 측면에서는 주요국 증시 및 생산자 물가지수, 미중 무역관계, 달러인덱스, 유가 등이 있고 펀더멘탈(Fundamental, 경제기초)적인 측면에서는 광산 생산현황 및 노동자 파업, LME 재고수준, 중국 동 수입량 등이 있다. 물론 구리 역시 자산임에 따라 투기자본의 유출입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리 가격의 흐름은 세계 경제 이슈와도 연관이 깊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었을 당시 구리 가격은 지지부진했으며,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트위터 한마디에 등락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선언에 구리 가격은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급락하였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가격에 당시 시장에는 공포심이 만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때가 저점에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평가받는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자 화폐가치가 하락하였고 달러가치 하락은 곧 실물자산인 구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친환경 산업 재편 흐름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 기대감이 더해져 구리 가격은 2021년 들어 10년래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무려 팬데믹 상황의 저점 대비 2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금리인상 우려로 인해 구리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구리 가격은 그 어떤 전문가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Future)의 불확실성은 선물(Futures)로 대응
예측 불가능한 구리 가격 변동을 우리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구리 가격의 변동성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손실 또는 이익을 만들어낸다. 우리회사는 예측가능한 경영을 위하여 구리 가격에 대해 선물거래(先物, futures contract)로 헷지(Hedge)를 한다. ‘선물’은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서, 정해진 시장에서 품질, 수량, 규격 등이 표준화되어 있는 상품 또는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인수할 것을 약정한 거래를 말한다.
우리회사 선물거래의 목적은 ‘수주시점의 구리시세’와 ‘구매/생산시점의 구리시세’ 차이를 선물거래를 통해 제로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주할 당시 구리시세가 톤당 $7,000이고 3개월 뒤에 제품생산 및 판매를 한다고 가정하자. 3개월 뒤 제품생산을 위해 실물 구리를 구입할 시점에 구리시세가 톤당 $8,000인 경우, 우리는 톤당 $1,000의 손실을 입게 된다. 만약 이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 수주 시점에 즉시 구리 실물을 구매하는 경우, 추후 생산/납품까지 대기하면서 창고 비용, 이자 비용 등이 발생하게 되어 자원 사용의 비효율을 가져온다. 대신, 선물거래를 활용한다면 실물 구리에 대한 구매 비용을 미리 지불할 필요 없이,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현시점의 가격을 미래에 보장받을 수 있어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선물거래의 효과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수주할 당시의 구리 시세로 톤당 $7,000에 선물 매수계약(Buy)을 체결하고, 3개월 뒤 실물 구리를 구입할 시점의 구리 시세로 톤당 $8,000의 선물 매도계약(Sell)을 체결한다. 실물은 $7,000에 수주해서 $8,000의 원가가 투입되어 $1,000의 손실이 있지만, 선물은 $7,000에 매수계약(Buy)를 체결하고, $8,000에 매도계약(Sell)을 하여 $1,000의 이익이 발생한다. 즉, 실물과 선물의 손익이 서로 반대로 일어나 결국 0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우리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구리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회사 손익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운영상 리스크가 있다면 수주가에 선물매수를 하지 못하거나 원가에 선물매도를 하지 못하여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다. 우리회사는 비철구매팀, 영업팀, 사업지원팀 등 유관부서가 긴밀히 협력하여 적시에 선물을 집행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 차이로 인한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선인으로서 구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우리회사 임직원이라면 각자 다양한 관점에서 구리를 접하고 있을 것이다. 개발팀에겐 연구대상, 품질팀에겐 검사대상, 생산관리팀에겐 재고, 사업부에겐 손익에 영향을 주는 대상, 그 외 관리부서에게는 가격 급변동 시 긴장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더욱이 앞으로 구리는 회사 밖에서도 가깝게 만나는 대상이 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시설에는 많은 구리가 사용된다. 전기차를 예로 들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성방식의 기관들이 전기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지털화와 맞물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편지를 쓰고 카세트 테이프를 듣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메일과 음원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제는 너무 당연해진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동력이 전기로 대체되고 그 속에는 구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회사에서 만든 구리 제품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 자부심을 가져본다. 잘 지내보자, 닥터코퍼!
Dr. Copper, 경제지표로 활용되는 구리의 세계
‘닥터코퍼(Dr. Copper)’라는 말이 있다. 경기판단 지표로 사용되는 구리를 박사님으로 의인화하여 부르는 것이다. 구리는 원유나 금보다 지정학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데다 자동차, 건설, 해운 등 제조업 전반에 재료로 사용된다. 구리 수요의 증감이 실물경제의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표로 활용되는 이유다. 신비한 구리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자.
구리는 은(銀) 다음으로 전기와 열 전도율이 높은 유용한 금속이다. 지구상에 널리 매장돼 있고 은과 달리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그래서 케이블의 도체로 사용된다. 만약 구리가 아닌 은으로 케이블을 생산해야 했다면 비싼 가격으로 인해 전 세계의 전기 보급률은 지금보다 훨씬 낮았을 것이다. 반면 우리회사 매출은 100배 증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구리는 우리 실생활에도 가까워진 듯하다. 구리의 또 하나의 특징인 살충•살균•항균 효과 때문인데, 엘리베이터 버튼에 붙어있는 항균 필름의 소재가 바로 구리다. 구리 표면에는 생물이나 세균이 서식할 수 없는 반면, 인체에는 거의 무해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을 많이 타는 동전, 문 손잡이, 계단 난간 등에 구리가 사용된다.
친환경으로의 산업구조 재편에 맞게 구리의 수요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골드만삭스 등 주요 기관에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을 언급한다. 구리는 세계의 성장 모멘텀과 함께하는, 우리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원료다.
신도 모르는 구리가격
구리 가격은 LME(London Metal Exchange, 런던금속거래소)시장에서 결정된다. LME는 1877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금속선물거래소로, 영국 런던에서 시작하였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산업혁명에 따른 급속한 공업화로 많은 양의 비철금속을 칠레 등지로부터 수입해야 했다. 상인들은 한 장소에 모여 항해 중인 수입 금속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거래를 진행했다. 점차 거래량이 많아지고 거래 방법도 복잡해짐에 따라, 1877년 1월 ‘런던금속거래소’를 설립하고 최초의 공식적인 거래를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결정하는 가격을 LME 가격이라고 하며, 세계에서 거래하는 가격의 기준이 된다.
LME 구리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한다. 2010년 이후 가격이력에 근거하여 하루 평균 2%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구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다양하다. 매크로적인 측면에서는 주요국 증시 및 생산자 물가지수, 미중 무역관계, 달러인덱스, 유가 등이 있고 펀더멘탈(Fundamental, 경제기초)적인 측면에서는 광산 생산현황 및 노동자 파업, LME 재고수준, 중국 동 수입량 등이 있다. 물론 구리 역시 자산임에 따라 투기자본의 유출입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구리 가격의 흐름은 세계 경제 이슈와도 연관이 깊다. 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었을 당시 구리 가격은 지지부진했으며,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의 트위터 한마디에 등락이 결정되기도 했다. 이후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선언에 구리 가격은 다른 자산과 마찬가지로 급락하였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는 가격에 당시 시장에는 공포심이 만연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때가 저점에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평가받는다. 각국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시장에 많은 돈이 풀리자 화폐가치가 하락하였고 달러가치 하락은 곧 실물자산인 구리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또한 친환경 산업 재편 흐름에 따른 구리 수요 증가 기대감이 더해져 구리 가격은 2021년 들어 10년래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는 무려 팬데믹 상황의 저점 대비 2배에 달한다.
최근에는 금리인상 우려로 인해 구리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못하고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움직이는 구리 가격은 그 어떤 전문가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미래(Future)의 불확실성은 선물(Futures)로 대응
예측 불가능한 구리 가격 변동을 우리회사는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구리 가격의 변동성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에도 불구하고 예상하지 못한 손실 또는 이익을 만들어낸다. 우리회사는 예측가능한 경영을 위하여 구리 가격에 대해 선물거래(先物, futures contract)로 헷지(Hedge)를 한다. ‘선물’은 파생상품의 한 종류로서, 정해진 시장에서 품질, 수량, 규격 등이 표준화되어 있는 상품 또는 금융자산을 미리 결정된 가격으로 미래 일정 시점에 인도•인수할 것을 약정한 거래를 말한다.
우리회사 선물거래의 목적은 ‘수주시점의 구리시세’와 ‘구매/생산시점의 구리시세’ 차이를 선물거래를 통해 제로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수주할 당시 구리시세가 톤당 $7,000이고 3개월 뒤에 제품생산 및 판매를 한다고 가정하자. 3개월 뒤 제품생산을 위해 실물 구리를 구입할 시점에 구리시세가 톤당 $8,000인 경우, 우리는 톤당 $1,000의 손실을 입게 된다. 만약 이 손실을 없애기 위해서 수주 시점에 즉시 구리 실물을 구매하는 경우, 추후 생산/납품까지 대기하면서 창고 비용, 이자 비용 등이 발생하게 되어 자원 사용의 비효율을 가져온다. 대신, 선물거래를 활용한다면 실물 구리에 대한 구매 비용을 미리 지불할 필요 없이, 약간의 수수료만 내고 현시점의 가격을 미래에 보장받을 수 있어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선물거래의 효과를 예를 들어 살펴보자. 먼저, 수주할 당시의 구리 시세로 톤당 $7,000에 선물 매수계약(Buy)을 체결하고, 3개월 뒤 실물 구리를 구입할 시점의 구리 시세로 톤당 $8,000의 선물 매도계약(Sell)을 체결한다. 실물은 $7,000에 수주해서 $8,000의 원가가 투입되어 $1,000의 손실이 있지만, 선물은 $7,000에 매수계약(Buy)를 체결하고, $8,000에 매도계약(Sell)을 하여 $1,000의 이익이 발생한다. 즉, 실물과 선물의 손익이 서로 반대로 일어나 결국 0으로 상쇄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우리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구리 가격이 변동하더라도 회사 손익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운영상 리스크가 있다면 수주가에 선물매수를 하지 못하거나 원가에 선물매도를 하지 못하여 가격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다. 우리회사는 비철구매팀, 영업팀, 사업지원팀 등 유관부서가 긴밀히 협력하여 적시에 선물을 집행하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으며, 가격 차이로 인한 문제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전선인으로서 구리를 대하는 마음가짐
우리회사 임직원이라면 각자 다양한 관점에서 구리를 접하고 있을 것이다. 개발팀에겐 연구대상, 품질팀에겐 검사대상, 생산관리팀에겐 재고, 사업부에겐 손익에 영향을 주는 대상, 그 외 관리부서에게는 가격 급변동 시 긴장하게 만드는 대상이다. 더욱이 앞으로 구리는 회사 밖에서도 가깝게 만나는 대상이 될 것이다. 자동차의 경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데, 전기차의 배터리 충전시설에는 많은 구리가 사용된다. 전기차를 예로 들었지만,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기성방식의 기관들이 전기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디지털화와 맞물려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편지를 쓰고 카세트 테이프를 듣던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이메일과 음원스트리밍 서비스가 이제는 너무 당연해진 것처럼, 가까운 미래에는 대부분의 동력이 전기로 대체되고 그 속에는 구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회사에서 만든 구리 제품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과 자부심을 가져본다. 잘 지내보자, 닥터코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