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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으로 이룬 국산화의 꿈, 도시철도용 직류 강체 전차선로

우리 회사가 도시철도용 직류(DC) 강체 전차선로(Rigid Bar, R-Bar)를 국산화하고, 부산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노선에 R-Bar 시험 설비를 구축해 그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받았다. 이번 개발의 성공은 연구소, 개발, 영업 부서의 협업 덕분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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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산업기기영업팀 조세민 차장, 통신/산업솔루션연구소 장광동 책임연구원,산업기기개발생산팀 김진우 차장

비용 절감 및 유지보수에 탁월


우리 회사가 개발에 성공한 ‘DC 1,500V R-Bar 시스템’은 철도차량 전원 공급 설비로, DC 1,500V 운행 지하철 구간에 주로 설치 된다. R-Bar 시스템은 터널 천정 및 벽면 등에 설치되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바(Bar)형 구조물이다. 전차선을 고정하기 위한 별도의 부속 장치가 없어 도시철도의 터널과 지하 구간과 같은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고, 설비가 간단하고 강체의 전기적 용량이 커서 대용량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또 전차선을 지지대 양쪽 끝에 매다는 일반적 방식과 달리 전차선을 바에 일체형으로 고정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장력이 걸리지 않아 전차선이 끊어질 염려가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DC용 R-Bar 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아 일본에서 도입된 T-Bar 시스템과 카테너리 방식(지지용 선에 전선을 매다는 방식)을 채택해 왔다. 하지만 T-Bar 시스템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는 더 이상 도입하지 않는 실정이다. R-Bar 시스템이 카테너리와 T-Bar 시스템 대비 공사 및 유지보수의 경제성과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터널 건설 비용은 30%, 전차선 교체 비용은 8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전차선 교체와 고장 시 응급 복구도 용이하다. 이러한 특성으로, 노선을 신규로 건설하거나 개량하는 경우 R-Bar 시스템 방식이 유리하다.

제품 개발부터 시험 운행까지


DC 1,500V R-Bar 시스템 개발은 2021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국책 과제로 협력업체인 ㈜웰코와 함께 DC R-Bar 시스템 개발을 시작했다. 유럽 등 해외 전기철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AC·DC 구분 없이 R-Bar 시스템 방식을 적용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DC는 T-Bar 시스템, AC는 R-Bar 시스템으로 구분해 사용하던 상황이었다.
우리 회사는 2013년 국내 최초로 AC 25kV R-Bar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지만, 국내에서는 DC 1,500V에 적용한 사례가 없어 대체 또는 신설 노선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R-Bar 시스템을 DC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애자1) 및 브래킷(지지구조) 등의 개발을 진행했다. R-Bar를 지지 및 절연하기 위한 브래킷은 유럽의 기본적인 DC 브래킷을 벤치마킹했다. 여기에 기존 유럽산에 없는 경사 조정 기능을 추가해 편마모를 해소하는 등 차별화 및 기능 개선에 힘썼다. 또 기존 T-Bar 시스템이나 카테너리가 설치돼 있는 상태에서 부분적으로 개량해 나갈 수 있는 시공 방법을 특별히 고안했다.
2023년 DC 1,500V 애자 및 브래킷에 대한 공인 시험으로 부품에 대한 기본적인 전기적·기계적 성능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고, 올해 4~7월에 부산교통공사로부터 R-Bar 시스템 테스트베드(Test-Bed)를 제공받아 전동차 운행 시험을 완료했다. 장광동 책임연구원은 “이를 통해 확보한 시공 기술로 도시철도의 단축 운행 또는 운행 중지 없이 안전하게 시공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1) 애자 : 전선과 지지물 사이를 지지 및 절연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치

부산교통공사와 검증 완료


이번 개발은 연구소, 개발, 영업의 완벽한 역할 분담과 협업으로 완성됐다. 장 책임은 기본적인 DC R-Bar 시스템의 콘셉트를 고안하고 개발 및 검증 업무를 담당했으며, 김진우 차장은 테스트베드 구축에 필요한 시제품 및 구내 평가 등을 지원했다. 조세민 차장은 개발 제품 검증을 위한 테스트베드 장소 확보에 전념했다.
철도산업의 경우 ‘국산화’, ‘최초’라는 수식어에는 오히려 부담이 따른다. 그만큼 테스트베드 구축 및 검증이 상용화에 있어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 역시 제품을 평가할 테스트베드를 찾는 것이었다. 장 책임은 “DC 1,500V R-Bar 시스템을 국내에 설치한 사례가 없어 테스트베드 확보가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조 차장은 “여러 운영기관을 통해 테스트베드 설치를 제안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침 부산교통공사가 기존 지하철의 노후화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어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을 제안할 수 있었다. 김 차장은 “부산교통공사가 기존의 카테너리를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T-Bar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었는데, 우리 회사의 제안으로 선택지가 하나 더 추가된 셈”이라며 “고객이 경제성과 작업성 등을 고려했을 때 R-Bar가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이해해 테스트베드를 승낙했다”고 전했다.
운행선에 개발품을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라 열차가 모두 운행을 중단한 새벽 1~5시에만 작업이 가능했다. 4월이었지만 새벽에는 온도가 많이 떨어져 추위를 견뎌야 했다. 2주간의 새벽 작업을 통해 설치 및 검사를 완료하고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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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용 직류 강체 전차선로

전국 도시철도에 적용 기대


장 책임은 “DC 1,500V R-Bar 시스템의 성공은 연구소, 개발, 영업 3개 부서 간 협업으로 이뤄진 성과와 부산교통공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톱니바퀴처럼 잘 맞춰져 유기적으로 수행된 결과”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테스트베드를 찾은 끈기와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 개발품에 적용한 노력이 DC 1,500V R-Bar 시스템 개발의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국내 도시철도 대부분이 30년 이상 경과한 만큼 노후화된 T-Bar 시스템과 카테너리 방식을 R-Bar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수요는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회사는 향후 부산지하철 1, 2호선 등 노후 노선의 시범사업을 통해 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서울교통공사, 인천교통공사 등 지자체 철도운영기관에 적극 홍보해 기존 T-Bar 시스템과 카테너리 방식을 R-Bar 시스템으로 대체해 나갈 예정이다. 또 DC 신설 노선에 R-Bar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고, 국내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