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 ESG
최근 국내외 대부분의 기업들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ESG는 그 자체로 인류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자본의 조직단위인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가 들어가는 번거로운 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ESG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ESG, 그리고 Why
ESG는 기업이 활동하며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한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올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유력 대기업 CEO의 신년사 대부분에 ‘ESG 경영’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다.
더욱이 바이든 미 행정부 등장으로 ESG 중에서도 ‘환경’은 현재 가장 중요한 화두다. 환경에 집중한 ESG 경영에 있어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글로벌 IT 기업이다. 애플의 경우 사옥부터 ESG에 맞게 조성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를 만들어 100%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원형의 링(Ring) 모양으로 설계된 건물의 중심에는 숲과 공원이 조성됐다.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며 충전기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ESG의 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많이 등장한 충전기를 추가로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충전기를 제품 배송에서 덜어내어 전체 중량을 감소시켜 배송 차량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가동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예 탄소 네거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수준이다.
환경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ESG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투명한 경영활동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기업들은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을 넘어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오너 중심의 제왕적 권력 체제를 타파해 투명한 경영활동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SG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차례다. 도대체 각 기업들은 왜 ESG에 매료되는 것일까?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업의 새로운 역할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나아가 코로나19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오랜 불신들이 축적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이 아닌 기업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 및 시민권력과 함께 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 권력의 존재감이 커지며 ‘이제 기업도 우리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트렌드가 조성되는 중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선한 영향력을 얼마나 시도하고 있는지, 얼마나 투명한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따진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쏟아진 가운데 소비자들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며 ‘이왕이면’ 자신의 가치를 투영시킬 제품을 찾는 것이다. 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ESG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품질+a’를 노려야 하며, 여기에 가치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하는 ESG 경영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키워드
기업 입장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ESG를 택한다. ESG 경영은 마케팅과 홍보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ESG 경영에 강점을 보인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보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기업이 사회의 발전에 큰 힘이 되어준다는 연대감이 생기는 것은 일종의 ‘덤’이다. 당연히 기업은 ESG라는 매개를 통해 잠재 소비자에 대한 관심도 기울이게 되며 자연스럽게 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를 키우게 된다.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공장을 세우지 않고 소비 시장 가까이에 스마트팩토리를 설립해 소비시장에 대한 즉각적인 이해를 노리는 최근 제조업의 전략과 결을 함께 한다.
한편, ESG 트렌드가 강해지며 그 이면의 머니게임이 펼쳐지는 것도 흥미롭다. 바이든 시대와 함께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하는 한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10년간 1조7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탄소제로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자산 규모는 4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무려 13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에 따른 친환경 2차전지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파도까지 더해지며 주로 환경문제 해결을 골자로 하는 ESG는 그 자체로 ‘돈’이 되는 시장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CEO가 지난해 1월 ‘기업의 ESG 활동이 미흡할 경우 자본을 회수하겠다’는 서한을 주요 CEO에게 보낸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B2B 제조업도 남 이야기 아니다
기업의 ESG 경영은 주로 소비자와 직접적인 대면이 벌어질 경우에만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관념이 있지만, 사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B2B 제조업도 ESG 경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의 가치소비 패턴은 단순한 제품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제품의 기원까지 따져보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의 온상 중 하나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에서 생산된 텅스텐을 수급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사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받아보며 그 아이폰이 어디서 생산된 원료로 만들어졌는지도 반응한다는 뜻이다. B2B 제조기업이라는 이유로 ESG를 통해 잠재 소비자들을 이해해야 하는 작업을 포기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 여부를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블랙록사와 같은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모든 기업은 시장 전체와 소통해야 하며 그 과정과 성과를 면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과 기업의 거래 뒤에 숨어 책임을 면피하기에는 제품의 서비스에만 만족하지 않고 환경오염 및 사회적 가치,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전체 소비자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소비자는 유권자이며 시민이고, 정부 규제 기관은 시민의 뜻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기업의 미래 생존 전략, ESG
최근 국내외 대부분의 기업들이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을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ESG는 그 자체로 인류와 사회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이윤의 획득을 목적으로 운용되는 자본의 조직단위인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 투자가 들어가는 번거로운 일’로 치부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ESG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ESG, 그리고 Why
ESG는 기업이 활동하며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 등 투명한 경영 활동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다. 그리고 이 철학은 올해 기업의 경영활동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유력 대기업 CEO의 신년사 대부분에 ‘ESG 경영’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정도다.
더욱이 바이든 미 행정부 등장으로 ESG 중에서도 ‘환경’은 현재 가장 중요한 화두다. 환경에 집중한 ESG 경영에 있어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글로벌 IT 기업이다. 애플의 경우 사옥부터 ESG에 맞게 조성했다.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를 만들어 100%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하고 있으며, 원형의 링(Ring) 모양으로 설계된 건물의 중심에는 숲과 공원이 조성됐다. 신형 아이폰을 출시하며 충전기를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ESG의 철학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많이 등장한 충전기를 추가로 만들지 않는 방법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또, 충전기를 제품 배송에서 덜어내어 전체 중량을 감소시켜 배송 차량의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겠다는 전략도 가동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예 탄소 네거티브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수준이다.
환경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ESG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투명한 경영활동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각 기업들은 단순한 ‘사회공헌활동’을 넘어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지금도 오너 중심의 제왕적 권력 체제를 타파해 투명한 경영활동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ESG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질 차례다. 도대체 각 기업들은 왜 ESG에 매료되는 것일까?
소비자가 기대하는 기업의 새로운 역할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나아가 코로나19로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본주의 시대에 대한 오랜 불신들이 축적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시민이 아닌 기업의 역할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는 정치 및 시민권력과 함께 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 권력의 존재감이 커지며 ‘이제 기업도 우리 사회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트렌드가 조성되는 중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성능이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선한 영향력을 얼마나 시도하고 있는지, 얼마나 투명한 경영활동을 수행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따진다. 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에 쏟아진 가운데 소비자들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며 ‘이왕이면’ 자신의 가치를 투영시킬 제품을 찾는 것이다. 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으며 그 파급력은 서서히 커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 ESG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 치열해지는 시장에서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품질+a’를 노려야 하며, 여기에 가치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하는 ESG 경영이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와 시장을 이해하는 키워드
기업 입장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를 이해하는 키워드로 ESG를 택한다. ESG 경영은 마케팅과 홍보의 차원을 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에 대한 믿음을 심어준다. ESG 경영에 강점을 보인 기업은 ‘지속가능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보증을 받게 되는 셈이다. 기업이 사회의 발전에 큰 힘이 되어준다는 연대감이 생기는 것은 일종의 ‘덤’이다. 당연히 기업은 ESG라는 매개를 통해 잠재 소비자에 대한 관심도 기울이게 되며 자연스럽게 시장 전체에 대한 이해를 키우게 된다. 저렴한 노동력이 있는 곳을 찾아 다니며 공장을 세우지 않고 소비 시장 가까이에 스마트팩토리를 설립해 소비시장에 대한 즉각적인 이해를 노리는 최근 제조업의 전략과 결을 함께 한다.
한편, ESG 트렌드가 강해지며 그 이면의 머니게임이 펼쳐지는 것도 흥미롭다. 바이든 시대와 함께 미국은 파리기후협약에 가입하는 한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10년간 1조700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2060년까지 탄소중립 계획을 선언했다. 한국 정부도 탄소제로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도이치뱅크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자산 규모는 4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무려 130억 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전기차 시대에 따른 친환경 2차전지의 등장이라는 거대한 파도까지 더해지며 주로 환경문제 해결을 골자로 하는 ESG는 그 자체로 ‘돈’이 되는 시장이 될 수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록(BlackRock)의 래리 핑크 CEO가 지난해 1월 ‘기업의 ESG 활동이 미흡할 경우 자본을 회수하겠다’는 서한을 주요 CEO에게 보낸 장면을 의미심장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B2B 제조업도 남 이야기 아니다
기업의 ESG 경영은 주로 소비자와 직접적인 대면이 벌어질 경우에만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관념이 있지만, 사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B2B 제조업도 ESG 경영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소비자의 가치소비 패턴은 단순한 제품에 대한 평가를 넘어 제품의 기원까지 따져보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동 노동력 착취의 온상 중 하나인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의 광산에서 생산된 텅스텐을 수급받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팀 쿡 애플 CEO가 직접 사과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아이폰을 받아보며 그 아이폰이 어디서 생산된 원료로 만들어졌는지도 반응한다는 뜻이다. B2B 제조기업이라는 이유로 ESG를 통해 잠재 소비자들을 이해해야 하는 작업을 포기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무엇보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ESG 여부를 평가해 투자를 결정하는 블랙록사와 같은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제 모든 기업은 시장 전체와 소통해야 하며 그 과정과 성과를 면밀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과 기업의 거래 뒤에 숨어 책임을 면피하기에는 제품의 서비스에만 만족하지 않고 환경오염 및 사회적 가치, 기업의 투명성 제고 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전체 소비자의 매서운 눈을 피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 소비자는 유권자이며 시민이고, 정부 규제 기관은 시민의 뜻을 외면하지 못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